2008년 05월 05일
포레안테인과 그루보인의 비극.
오늘의 포스팅은 최근에 주목하게 된 두개의 외계종족에 대한 글을 좀 써보고자 한다.
물론 이미 익히 알려진 종족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의 나열일 뿐이겠지만 정리 차원의 고찰이라고 생각해 주면 되겠다.
첫번째 살펴볼 종족은 바로 그 포레안테인들이다.
알다시피 그들은 차원을 넘어 이 우주 저 우주를 떠도는 종족이다.
각기 다른 시간 단위를 가지고 있는 여러 우주 사이를 여행하면서도 늘 출근시간을 지키는 그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개념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지구인들은 그들의 시간관념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각자가 정한 일정 시간 혹은 특정한 시점이 되면 반드시 다른 우주로 떠나 자취를 감춰버린다는 것이다.
그들을 다른 우주로 실어다주는 차편이 왕복이건 편도이건 간에 일단 그들이 타 차원으로 넘어가버린 후에는 그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져 버린다.
거기엔 어이없으리만치 고물인 지구의 핸드폰은 차원너머로는 송신을 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포레안테인들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불문율 - 특정한 차원에 존재하는 동안에는 절대 다른 차원의 일에 관여해선 안된다 라는 -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합당할 것이다.
그래도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가끔 다른 차원에 있는 그들과 연락이 닿을 때가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다른 차원에서의 일들이 너무도 무료해서 건물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릴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그렇듯 그럴 때는 과거 일을 한번쯤 돌아보게 되기 마련이고, 포레안테인들이 과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일이다.
누군가는 포레안테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시간관념에 이골이 난 핸드폰들이 주인을 골려주기 위해 일부러 타 차원의 신호를 수신하는 거라고 하기도 하지만 핸드폰의 자의식에 대한 문제는 지금 논할 바가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어쨌든 어떤이유로든 다른 차원으로부터의 신호로 인해 핸드폰을 받게 되었을 경우 그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
"나 지금 바빠.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아.
이 얼마나 완곡하면서도 시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인가!
배려깊은 대부분의 지구인들 - 그루보인들도 마찬가지다 - 에게 바쁘다는 사람을 붙잡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단 두 마디의 저 말 만으로도 대다수의 포레안테인들은 그들의 불문율을 깰 필요가 없게 된다.
내가 다른 차원 우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포레안테인들이 다른 우주인들에게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지구인에게 사용하는 저런 표현은 매우 유용한 것임이 매번 증명되고 있으며 그들이 저 표현을 능가하는 다른 표현을 찾아내지 않는 한. 그들은 아마도 영원히 바쁜 종족으로 남을 것이다.
두번째 살펴 볼 종족은 그루보인들이다.
1985년 소련의 유리 다비도비치 제르진스키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종족은 두가지 점에서 매우 특이한데 하나는 그들이 다른 생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매우 서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생명체와의 교류가 없이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로 모순되는 이 두가지 특징 때문에 주변에서 그루보인들을 찾아보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토록 희귀한 그루보인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P.C.P.S. (종 보호를 위한 범 우주 위원회, Pan-Universal Commitee for Protecting Species) 에서 출판한 전 우주 종족 분류 백과에서 거의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그들의 피부는 특수한 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백과에는 그 색을 회색과 비슷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색은 지구인들의 가시영역 밖의 색이라 직접 볼 수가 없으므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앞서 설명한 포레안테인과 마찬가지로 그루보인들 또한 외형적으로는 지구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슷하게 생긴 종족이 많이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만큼 그루보인들이 살아가기에 척박한 환경은 없을 것이다.
다른 생명체와의 교류가 없으면 서서히 피부의 회색이 짙어지다가 마침내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특징을 가진 그들이지만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구인들과는 교류라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 참,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그루보인들이 말하는 '교류'라는 말의 의미이다.
그루보인들의 교류란 포레안테인들의 시간 만큼이나 복잡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표현력의 한계로 인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훨씬 성스러운 영역의 공유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음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그런 복잡한 의미의 교류를 하기에 지구인들은 적당한 상대가 아닌데다가 그 외의 다른 생명체와는 지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힘들기 때문에 - 앞서 얘기했듯 그루보인들은 생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서툴다! - 거의 모든 그루보인들은 벽, 혹은 방바닥과의 교류를 시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루보인들은 반드시 포레안테인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우주적인 섭리 - 몽매한 자들은 이것을 신(神)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두 종족이 만났을 경우에는 99.9752% 의 확률로 비극이 일어나버린다.
그 비극이란 대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1. 그루보인과 포레안테인이 만난다
2. 그루보인은 포레안테인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사실 - 포레안테인들은 지구인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지구인보다 훨씬 뛰어난 교류능력을 가지고 있다 - 에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3. 시간이 지나면 포레안테인은 언제나 그렇듯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 버린다.
4. 자취를 감추어버린 포레안테인을 그리며 그루보인들은 조금씩 말라죽어간다.
5. 이미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포레안테인에게 그루보인의 죽음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난 것 뿐이다.
이렇게 오늘도 한명의 그루보인이 사라져가고 있다.
정말 안타깝지 않은가?
# by | 2008/05/05 23:07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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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좋고 태도도 좋아요
긁적.......